최근 한 인터뷰이에게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정확히는 집에 관한 질문이었지만, 세상의 하나뿐인 공간성을 만드는 비결이 궁금했다. 그녀의 집은 동선을 옮길 때마다 자연과의 연결감도 대단했고, 가구와 오브제를 조합해 펼쳐낸 신(Scene)이 궁극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답이 꼭 듣고 싶었다. 그때 들려준 답이 여전히 내 뇌리를 맴돌고 있고, 그 순간에 나는 프로토콜에 있었다.
연희동의 대로변에 자리한 프로토콜은 2021년 오픈 직후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공간, 맛, 스탭의 친절도 면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훌륭함을 갖췄고 무엇보다 오래 머물기 좋은 컨디션에 그 비결이 있다고 본다. 이곳은 저장, 기록을 뜻하는 이름(Protokoll)처럼 누군가의 기록이 켜켜이 쌓인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일렬로 도열한 테이블과 그 테이블마다 놓인 아르떼미데 톨로메오 스탠드, 아르텍 월 셸프, 목재 지류함 등이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작업실에 머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영감을 불러오기 좋은 가사 없는 잔잔한 음악이라든지 기꺼이 고요한 배경이 되어주는 검은 옷의 바리스타들, 자리마다 놓인 필기도구와 메모지를 보면 꽤나 배려가 깊은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웨이팅이 일상인 카페임에도 주말 이용 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하는 넉넉한 마음의 미덕도 갖췄다.
인터뷰날, 그녀는 내게 공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어떤 공간이든 반드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때가 있다고. 계절의 변화, 건축적인 구조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테니 오래도록 애정을 지니고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성을 파악한 후에 그에 맞게 사물의 배치를 달리 하다 보면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공간이 완성된다고 했다.
작업하러 자주 들리며 프로토콜을 몇 년간 지켜본 결과, 이곳의 본성은 창밖의 풍경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에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나무 잎이 만개했을 때 파노라마 뷰처럼 펼쳐지는 푸르름이 황홀함을 안겨 준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임지훈(공간지훈) 디자이너는 이러한 공간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내부의 거친 뼈대를 살리고, 스틸 가구의 비중을 늘리는 등 안팎이 더욱 대비를 이루도록 의도했다. 또한 로스터리룸을 제외한 모든 내부를 스탠드 조명이 발산하는 빛만을 사용해 보다 차분하고 반전적인 무드를 조성했다.
럭셔리의 끝은 자연이라고 했던가, 프로토콜의 배경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매번 다른 자연적 풍경을 안겨 주기에 결코 지루하지 않고, 번번이 호사스럽다. 제때에 맞춰 프로토콜을 방문해 본 이라면 머무는 공간의 풍경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곳은 반짝 인기의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도록 변치 않는 근사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장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09
시간
매일 10:30-22:00
인스타그램
@protokoll.roa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