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에 관해 생각한다. 가령 선겁다 라는 단어는 형용사로서 감동을 일으킬 만큼 훌륭하거나 굉장하다는 뜻과 재미가 없다는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빛과 어둠처럼 포개질 수 없는 단어는 영어에도 있다. 참다, 견디다라는 뜻의 bear 는 할 만한 것이 못 되다, 낳다는 동사뿐만 아니라 명사로는 강한 사람으로 해석된다. 상충되거나 나란히 연상되지 않는 단어는 분명 더욱 폭넓은 상황에서 기량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어떤 장소에 있어서도 다면적인 속성을 지닐수록 깊은 울림을 남긴다. 서울숲의 맞은편에 자리한 코사이어티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면서 전시와 워크숍, 브랜드 팝업을 위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결혼식처럼 사적인 이벤트가 열리는 곳으로 변신한다. 카페 겸 라이프스타일 숍을 상시적으로 운영 중이기에 복합문화공간이자 코워킹 스페이스로도 기능하지만 결코 하나의 범주로 정의 내릴 수 없었다.
코사이어티는 내게 일과 휴식의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 성수동에서 근무하며 틈새 시간을 활용해 방문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최근 기회가 될 때마다 서울숲에서 야외 식사를 간단히 하고, 여남은 시간에 코사이어티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흔한 기회가 아니었기에 매번 산뜻한 기분으로 향하곤 했다.
과거 금속 공장이었던 건물을 레노베이션해 다목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코사이어티는 목재, 회벽돌, 유리 등의 마감재를 적용해 현대적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박공지붕 형태의 높은 천장과 공간의 내외부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정원 등의 요소가 여유로움을 안겨 주었다.
평일 한낮의 코사이어티에는 세 부류의 무리가 있다. 직장 동료끼리 방문해 수다를 떨거나 회의를 하는 무리와 업무에 매진 중인 작업자들 그리고 나처럼 가볍게 방문한 이들로 나뉜다. 소파 테이블부터 바 테이블, 오피스 데스크 등 다양한 자리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갖가지 형태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곧장 새로워지며 환기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라운지 서가에 있던 책을 골라 들고, 목적 없이 읽어 나갔다. 별 것 아닌 행위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일상을 지탱하는 힘은 이런 전환의 시간 속에서 탄생한다. 일하지 않는 시간이 결국 일하는 시간의 토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조직 생활을 하며 내 인생을 자율적으로 살아가려면 이런 잔기술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마음 건강을 유지하고, 더 멀리 그리고 더 오래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작은 쉼 안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일터로 향하는 나는 세상을 조금 더 똑바로 마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82-20
시간
매일 12:00-20:00(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cociety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