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단지에서 근무하던 무렵, 사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으로 향했다. 이곳은 출판사 열린책들이 세운 미술관으로, 열린책들의 예술 서적 전문 브랜드 <미메시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2009년 완공된 이 미술관은 건축계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를 맡았다. 한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이 백색의 건축물은 일반적인 사각 형태가 아닌, 부드러운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흰 파도가 햇살이 쏟아지는 풀밭에 유유히 흐르는 듯 보였다. 이때 시적인 건축을 추구하는 또 다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건축은 빛 속에 있는 볼륨의 장엄한 유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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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는 아트 뮤지엄에는 자연의 빛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던 알바루 시자의 이념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곳에서는 작품을 비추는 핀 조명을 찾아볼 수 없다. 전시실 내부에 인조광을 가급적 배제한 것이다. 대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의 향연을 선물한다. 내부의 커다란 창문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바깥의 경치를 그 자체로 전시한다. 관람객은 이 사각형의 창을 통해 살아 있는 작품을 보게 된다.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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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BOOK+IMAGE 8: 예술가의 삶 반 고흐, 프리다 칼로] 그리고 [MIMESIS ART PERSPECTIVE:2020 MIMESIS ART MUSEUM COLLECTION]展이다. 1층에서는 그래픽 노블에 실린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의 일러스트 이미지를, 2·3층에서는 7인의 한국 작가들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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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도슨트분께 왜 많은 그래픽 노블 시리즈의 예술가 중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를 꼽았는지 물었다. 그녀는 고흐와 칼로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두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들에게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인생이 비극에 가까웠을지라도, 끝끝내 예술혼을 불태웠다는 것이 아닐까. 세상사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이 아닌 사랑을 이야기하는 두 예술가를 보며 우리는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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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대에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시장 속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고흐 작품은 대체적으로 밝고 따듯하다. <반 고흐> 그래픽 노블의 저자 바바라 스톡(Barbara Stok)은 춥고 암울했던 파리에서 벗어난 고흐가 프로방스의 아를에서 지내던 시절을 그렸다. 손에서 붓을 놓지 않던 고흐의 열정이 그림 안에서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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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적극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언제나 사이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지만). 그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프리다 칼로는 대체 어디에 정서를 기대며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내 인생에 두 번의 대형 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전차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디에고다.라는 칼로의 말에는 그녀의 삶이 응축되어 있다. 칼로는 교통사고로 인해 삼십여 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여성 편력이 극심했던 남편 디에고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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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삶을 예술로 승화한 그녀의 열정은 작품 속에 담겼다. 강렬하고도 과감한 색채와 형태. 반나 빈치(Vanna Vinci)가 그래픽 노블로 재현한 <프리다 칼로>는 그녀의 짧은 인생을 극적이면서도 대담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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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절제된 아름다움은 2·3층 전시장에서 극대화되었다. 계단을 오르자 드러난 원형의 창으로 빛이 부드럽게 너울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자연광의 양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조도를 감각할 수 있다. 밝았다가 불현듯 어두워지는- 일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 감응하는 울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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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변주를 위한다면 예술만큼 쉬운 방법은 없다. 텅 빈 공간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은, 우리의 영혼에 맑은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표표히 흘러가는 삶 속에서 공허를 느끼지 않으려면 내게 좋은 공간에 기대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잠시 이곳에 정서를 기대고 나는 삶을 굴리는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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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


시간

매일 10:00-19:00(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imesis_art_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