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선은 지난 여름, 북촌으로 이사했다. 안국동의 한옥 처마가 내려다 보이는 정경을 선사하는 곳으로. 서촌의 이라선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올려 둔다. 곧이어 방문할 새 얼굴의 서점이 자못 궁금해진다. 이라선의 두 번째 아름다움도 여기에 추후 기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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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여러 동네 중 지리적 매력도가 가장 큰 동네는 서촌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인 경복궁의 돌담길을 따라 걷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어느새 번잡스러움은 잦아들고 다정한 고요가 깃든다. 질서정연하게 심긴 나무들과 담장이 낮은 한옥, 한가롭게 지나다니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일상적 평온이 절로 느껴진다.


소담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거나, 갤러리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책방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책 한 권을 집어 들거나. 안쪽 골목길을 파고들다 보면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 계곡에도 닿을 수 있다. 서촌에서 향유할 수 있는 다채로운 경험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금세 그리워질까 다시 경복궁역 근처의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가면, 산해진미를 파는 식당들 사이로 수많은 인파가 오간다. 맛과 멋,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서촌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온전히 산책자의 자유이자 몫.


언제나 느긋하고 우아한 서촌에서 때마다 들르고 싶은 서점을 발견했다. 바로 세계 각국의 사진집 전문 서점, 이라선이다. 골목길을 정처 없이 헤매다 우연히 발견했다. 자칫하면 지나치기 쉬운 위치 때문에, 주변 건물로 가는 길을 기억하곤 했다. 대림미술관을 지나 통의동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이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보안여관이 나온다. 보안여관의 갤러리 바로 대각선으로 이라선이 있다. 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다가 간판이 따로 없다. 문 앞에 놓인 입간판만이 이곳의 존재를 조용히 알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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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선은 문과 벽면이 경계 없이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한눈에 봐도 그간 알고 있던 서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집 안의 서재’를 모티브로 꾸며졌다는데 가히 책장과 의자, 조명 하나하나에도 신중을 기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자에 앉아 사진집을 펼쳐 드는데, 공간감을 극대화시켜주는 음악과 함께하니 ‘이래서 동네 책방을 찾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 주인의 멋스러운 취향과 안목 덕에 잠시 마음의 안식을 누렸다.



이라선에는 오래된 초판본부터 절판된 희귀한 서적, 그리고 최근 출간된 새 책까지 다양한 사진집들이 구비되어 있다. 엄격한 북큐레이션에 따라 책이 배열된 것이 분명했다. 표지부터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사진집의 특성이 이곳의 인테리어를 완성시켜주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사진집을 편히 열어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랩핑이 벗겨져 있다. 세밀하게 배열된 책들, 고풍스러운 수납장 위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들을 바라보는 일은 그 자체로 유쾌한 기분이 든다. 사진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라선을 방문해보시길, 종종 북토크도 진행하니 자세한 사항은 인스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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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1길 30-11


시간

매일 13:00-19:00(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irasun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