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수록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을 실감한다. 풋내 나던 스물 무렵에는 언제든 쉽게 변화하는 무형(無形)에 가까웠다면, 해가 늘면서 점차 나만의 모양을 갖추어 간다고나 할까. 시간의 축적은 내적 변화를 부지런히 불러온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말이다. 나이테가 한 줄 한 줄 생겨나는 것처럼, 나의 내면에도 나만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어 간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형태로 각기 다른 줄들이 내 안에서 일렁이고 있다. 나이의 의미를 헤아릴 때, 덧없다고만은 볼 수 없는 이유다.



올해 나는 새로운 모양의 선을 그어 보기로 했다. 환경과 동물을 생각해서 일상에서 당연시 여겼던 행동을 바꾸려고 한다. 먹고, 마시고, 입는 삶의 기본적 행위에 있어서 덜 무해한 사람이 되자는 결심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그 누구도 생존을 위해서라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완전무결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태도가 도처에 존재하는데,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건강한 삶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 택한 방식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이다. 사실 지난날의 나를 새롭게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나, 변화를 더 할수록 오히려 불필요한 행동과 소비를 덜어내게 된다. 결국 단순한 삶에 더욱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건강한 생활과 소비를 지향하고자 하는 나에게, 늘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이웃이 있다. 바로 홍제천 변에 위치한 카페 보틀라운지(Bottle Lounge)이다. 보틀라운지는 기본적으로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카페인데, 이들이 행하는 여러 활동은 가히 획기적이고,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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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보틀 클럽. 테이크아웃 시 일회용품 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텀블러를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보틀 클럽 제도를 운영한다.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면 500원 할인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채우장.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는 <채우장>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장터가 열린다. 물론 개인 장바구니와 다회용기를 챙겨 와 포장이 따로 없는 음식과 물품을 거래한다. 마지막으로, 제로 웨이스트 숍. 보틀 팩토리는 상시로 친환경 용품을 판매한다. 스테인리스, 유리, 쌀 재질의 빨대와 다회용 포장재 그리고 천 주머니, 수세미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진열되어 있다. 또한 세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해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패키지 없이 원하는 만큼 담아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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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유어보틀위크(일주일간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지역사회 연합 페스티벌)나 차별 없는 가게(사회적 소수자가 지역사회로부터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한 개인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약속하는 프로젝트), 환경 분야 영화 상영회(코멘터리) 및 워크숍 등 사회를 이롭게 하는 크고 작은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역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이렇게 든든한 공간이 가까이에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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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라운지의 정체성은 사회적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의 공간감과 음료의 맛 수준 그리고 큐레이션 된 서적을 경험한다면 제2, 제3의 보틀라운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이제야 이들의 멋진 행보를 뒤따라가 보려 한다. 연희동의 카페를 찾는 그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곳. 우리의 미래는 이곳에 있다.



장소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26


시간

매일 10:00-21:00(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bottle_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