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사라진 공간임에도 내게 여전히 특별한 장소로 남아 있다. 오늘날의 스틸북스는 회현역 인근, 도시 창작자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로컬스티치의 공간에 다시 태어났다. 여전히 좋은 책을, 훌륭한 방식으로 전한다.



서울의 여타 동네 중에서도 한남동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그 이유는 반경 1km 이내에 미술관, 서점, 편집샵, 카페가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한 동네에 조용한 주거지와 회사, 작업실, 호텔이 공존한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그뿐만 아니라 대사관이 밀집한 대사관로와 클럽이 즐비한 이태원로를 오가는 데는 10분이 채 안 걸린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 유현준 교수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려면 휴먼스케일의 체험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다양한 체험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한남동을 거닐며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는 상상 이상으로 풍부하다. 워낙 걷는 걸 좋아하는 내게는 최고의 동네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가능케 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볕이 좋은 날은 산책자에게 행운이 가득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봄 즈음 대사관로에 새로 생긴 사운즈 한남에 가보았다. 복합문화공간답게 나눠진 구역마다 각기 다른 공간이 있었지만, 나의 발길은 곧장 스틸북스로 향했다.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가볍게 둘러볼 요량이었지만, 이내 서점의 분위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누드톤의 벽과 연갈색 계단, 공기를 포근하게 만드는 책 냄새. 거대한 통유리 안으로 내리쬐는 빛살마저 재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햇빛으로 인해 서점이 더욱 우아하게 보였다. 모든 게 조화로웠고, 쾌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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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규모에 비한다면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순 없지만, 층마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구석마다 존재했다. 올리비아 랭의 <강으로>라는 책을 집어 들고 작은 테이블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조명의 감도조차 완벽해서 나는 책의 첫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몰입할 수 있었다.


스틸북스는 하나의 테마를 정해 책과 물건, 전시, 프로그램을 연결하여 소개한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의 테마는 여행이었다. 1층에 놓인 매거진 B와 디자인 소품 그리고 2층에 마련된 큐레이션 도서는 모두 여행이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었다. 스틸북스의 탁월한 큐레이션은 견고한 믿음과 기대감을 준다. 매 시즌마다 어떤 테마로 우리를 기쁘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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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기를 꿈꿉니다. 그 여행지는 지구 저편의 낯선 지역일 수도, 책 속에 축조된 가공의 세계일 수도 있습니다. 스틸북스를 통해 새로운 곳으로의 여정을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 STILL BOOKS



장소 

서울 중구 퇴계로4길 2


시간

매일 11:00-21:00(매주 월 휴무)


인스타그램

@still.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