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예술은 삶에 작은 혁명을 일으킨다. 관성에 젖어 미뤄두었던 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혹은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을 어떤 존재를 발견하게 만드니까. 괜스레 새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이 계절에, 두 편의 훌륭한 예술을 만났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 <센티멘탈 밸류>와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집 <의젓한 사람들>이다. 둘 다 그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집어 들었지만, 성장과 구원이라는 키워드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묘한 공통점을 지닌다.

센티멘탈 밸류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계기로 재회한 아버지와 두 딸이 서서히 관계를 회복해 가는 이야기다. 가족에게 소홀했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나타나, 첫째 딸에게 자신의 영화에 출연할 것을 제안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자칫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이지만, 캐릭터의 밀도와 영화적 장치가 이를 고유한 서사로 끌어올린다. 시작부터 펼쳐지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자연과 집의 정경, 자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가족 서사, 요아킴 특유의 날카로운 미장센. 매혹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장면마다 20세기 디자인 가구와 조명(그리고 화병과 그릇, 심지어 보온병마저..)을 눈으로 쫓아가는 재미도 톡톡했다. 소설처럼 초월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오프닝, 인물의 얼굴이 서로 뒤바뀌는 초현실적 쇼트까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해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아버지와 자매의 관계가 중심을 이끄는 영화에서, 엉뚱하게도 나는 한 발 비켜선 인물에게 마음이 갔다. 첫째 딸 대신 영화에 참여하게 된, 유명 배우 레이첼 캠프(엘르 패닝)다. 영화계 거장으로 묘사되는 아버지 구스타프의 회고전에서 한 영화를 보고 감화된 레이첼은 그를 사석에 초대한다. 바닷가에서 밤새 여러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고, 레이첼은 내밀한 고민과 감정을 구스타프에게 내비친다. 서로의 삶에 불쑥 끼어들었지만, 무언가 통하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결국 구스타프의 새 영화 주인공으로 레이첼이 참여하게 된다. 레이첼은 자신이 맡을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사를 반복해 연습하며, 다른 배우와 자연스럽게 호흡하기 위해 노르웨이식 억양까지 익힌다. 그러나 끝내 그녀는 자신이 붙잡고 있던 인물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첫째 딸 노라를 직접 만나고 돌아온 뒤, 이 역할이 자신에게 맞지 않음을 깨닫고 스스로 내려놓는다.
고민 끝에 어렵고 무거운 결정을 내린 레이첼은 구스타프에게 또 한 번 내면의 솔직함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러자 구스타프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과 함께, 작별을 고하기 직전 레이첼을 향해 한마디를 던진다. "(이 영화를 찍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로 여기지는 마렴." 그 짧은 대사 한 마디가 화면을 뚫고 나의 깊은 어딘가를 툭 건드렸다. 당장 자신이 겪을 곤란함보다 레이첼의 마음을 헤아려준 구스타프. 어른의 의젓함과 품위가 느껴졌다. 어쩌면 낙심과 자책에 빠질, 혹은 이미 감정의 화마를 겪고 있을 수도 있는 레이첼에게는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 자신의 어려움과 한계를 인정하고, 진심을 다해 내린 선택의 끝은 결코 실패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타인의 이야기는 이렇게 쉽게 낙관해도, 그게 내 이야기가 되었을 때는 세상 자조적인 사람이 된다. 최근 스스로 결정했지만, 절대 바라지 않았던 상황으로 인해 퇴사를 하면서 약간의 방황을 하고 있다. 오래 선망했던 조직에, 여러 준비 끝에 들어갔기에 그곳에서의 성장과 기여를 기대했으나 결국 못다 이룬 꿈에 그쳤다. 늘 열심으로 살면 잘 될 거라 믿었던 신념이나 가치 체계가 한순간에 흔들리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그냥 겨를이 없었다. 일에 매몰되어 삶의 태도나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겨를도 없이, 그냥 모든 게 쏜살같이 지나갔다. 결론적으로 나는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아니라고 해도) 이 시기를 실패의 시간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에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시 내게 맞는 자리를 찾는 탐험을 시작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자리를 만드는 중이다. 어떤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회복 중인 상황에서 구스타프의 대사는 큰 위로가 되었다.
극적인 순간 끝에 첫째 딸 노라는 구스타프의 영화에 참여하게 된다. 이제 부녀의 관계는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시간의 유한함을 자각하고, 서로의 상처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서서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을 취약함을 자기 파괴로 향하게 두지 않고, 끝내 그것을 직면한 뒤 앞으로 나아가기로 선택하는 인물들. 그들의 태도에서 나는 희망을 배운다.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 우리는 때때로 의식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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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의 책 의젓한 사람들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기반으로 한 다섯 번째 인터뷰집으로, 개인의 내밀한 서사에서 출발해 삶의 보편을 논한다. 이 책은 실로 한 페이지가 넘어가기 무섭게 수집하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은 너무나 크고, 위대해서 고스란히 기록해두고 싶다. 김지수 기자는 이 인터뷰의 시간들을 두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품위와 지성, 지향의 극한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그것을 온전히 언어로 옮길 수 없어 도망치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그럼에도 한 번쯤 두 번쯤 의젓한 사람이 되어보기를 바라며, 그 안내자로서 아름답고 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넨다.
타인과 더 먼 시간을 상상해 보며, 그 무게를 감당해 보려는 것. 우주적 시야를 빌려 다시 바라본 세상은 나를 좀 더 의젓하게 만든다. 갖가지의 어려움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쳐 가며 다른 누군가를, 종국에는 스스로를 구원하는 이야기에서 희망을 엿본다. 언제나 잡식성으로 소설과 영화, 미술을 향유하고 싶은 이유다. 어떤 매체에, 어떤 서사가 숨어있을지 모르니까. 그 발견의 가능성이 결국 삶을 희구하게 만든다.

경험과 예지, 사랑과 질문, 호기심과 지식, 우연과 필연 …
인터뷰라는 창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관찰한 결과,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책임적 존재로의 자각이었다. 몰입은 시간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지만, 책임적 존재로의 자각은 시간을 윤리적으로 확장시킨다. 더 많이 보았기에, 더 멀리 보았기에 혹은 그렇게 상상했기에 조금이라도 더 책임지려고 결정한 순간부터, 사람들은 조금 더 나아갔다. - 10p 프롤로그 의젓함의 탄생
요즘엔 자기다움조차 고정된 오리지널리티가 아니라 흐르며 확장되는 네트워크 그 자체로 봅니다. 나를 알려면 내가 어디에 노출되어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고요.
핵심은 지향입니다. 내 삶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해요. 삶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순례에 가깝습니다. 특정 장소로 간다기보다 지향하는 바를 알고 계속 나아가는 거죠. 중세 격언 중에 여행자는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라는 말이 있어요. 여행자는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불평하죠. 그러나 순례자는 길에서 방해물을 만나도 가고자 하는 지향이 분명하기에 걸림돌조차 안내자로 인식합니다. - 28p ~ 29p 순례자 김기석
사람을 살리는 건 대체 뭘까요?
걱정도 나누고 좋은 것도 나누고 먹을 것도 나누고. 내 속사정을 털어놓으면 듣는 사람도 자기 객관화가 돼요. 그래서 하지 못하던 결단도 내리죠.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매우 용감한 사람이에요.
그래도 억울하고 슬플 땐 어떻게 합니까?
인디언, 에스키모인들은 화가 나면 화가 풀릴 때까지 산허리를, 얼음 평원을 걷고 또 걷는다고 해요. 한참을 걷고 나서 분이 가라앉으면 그때 멈춰 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온다고요. 그렇게 돌아오는 길은 떠날 때의 길하고는 달라요. 햇빛 받고 걸으세요. 걷다 보면 정리되고 걷다 보면 나아질 거예요. - 68p ~ 69p 가수 양희은
30대의 박정민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저는 아주아주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어요. 그곳에서 많은 걸 봤어요. 수렁에 빠져보니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아등바등한다고 좋아지지 않죠.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갈 수도 없어요. 그러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될 만한 일만 찾아다닐 수는 없죠. (중략) 저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거예요. 선택의 기준은 오직 사람이에요. 이윤이나 실리만 추구하면 힘들 때 못 버티더라고요. 그리고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일터에서 변하지 않는 저의 다짐은 두 가지예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와 하기로 했으면 열심히 하자 하하하. - 124p 배우 박정민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을 늘리기 위한 습관을 들이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말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더군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짜증이 많아지고 의욕이 떨어지며 불면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가령 아이가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햇볕을 쬐지 않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되고 행복감도 감소하죠. 이때 정신과에 가면 대개 세로토닌 약을 처방해 줍니다.
그런데 세로토닌은 체내에서 만들어지므로, 야채나 발효식 품을 먹어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햇볕을 쬐면 됩니다. 리드 미컬하게 걸으며 정말 맛있어, 참 예쁘네 소리 내서 감동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다량의 세로토닌이 나오지요. 가벼운 증상의 우울증 환자는 이런 생활 개선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유대감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은 반려동물인 고 양이나 개를 쓰다듬어 줄 때도 분비됩니다. 손자를 안아줄 때 삶의 힘을 얻는 것도 같은 이유지요. 이웃을 다정하게 대접하는 행동도 옥시토신에 영향을 미칩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더 젊고 건강해 보이는 것도 옥시토신의 영향이 큽니다. - 163p 노년내과 의사 가마타 미노루
최근에 출간된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의 원제는 wild problems입니다. 야생의 문제들이란 무엇인가요?
결혼해야 할지 독신으로 살아야 할지, 자녀를 가져야 할지 무자녀로 살지, 이 일을 계속할지 그만둘지는 근본적으로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개인의 삶에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테지만, 통제의 범위를 넘어선 야생의 문제들이지요.
결정은 집중해서 결단을 내리는 행위인 동시에 강한 의지로 인내해 내는 것을 포함합니다. 오랜 시간 경제학자로 보낸 후 저는 완벽한 결정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을 뿐이죠. 인생은 어차피 지도 없이 하는 여행이기에 완벽함의 반대는 엉성함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음입니다.
- 209p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
그럼에도 통제 가능성과 확실성을 추구하는 건 연약한 인간의 본능입니다. 이 부분을 도울 가이드가 있을까요?
빌 벨리칙 감독의 사례를 들어보지요. 그는 미국 프로 미식 축구계에서 여섯 개의 슈퍼볼 반지를 가져갔습니다. 매년 드래프트 시즌이 되면 벨리칙은 드래프트 선순위 선발권 한 장으로 후순위 선발권 여러 장을 기꺼이 트레이드했어요. 한 번에 딱 맞는 선수를 골라야 한다는 걱정을 내려놓고 많은 선수를 선발하는 전략을 썼죠.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분모를 키웠어요. 벨리칙은 어떤 선수가 이번 시즌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지는 알 수 없다는 무지를 인정했습니다. 일단 맞춰보면서 하나씩 걸러내기로 했죠. 그는 트레이드오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포기하는 것, 벨리칙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빌 벨리칙 트레이드의 핵심은 뭐죠?
큰 수의 법칙입니다. 선택권의 핵심은 뭐가 좋을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주문의 수를 늘리는 겁니다. (중략) 결정 장애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이것저것 일단 시도해 보세요. 경험을 해보고 안 맞는 것은 그만두세요. 헤매더라도 이것저것 해보는 편이,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 219p ~ 220p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
신경 끄기란 무엇인가요?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꺼져라고 말하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무심함이 아니라 역경, 폭망, 비교, 과잉 정보, 두려움에 신경을 뺏기지 않는 것이죠. - 233p 작가 마크 맨슨
대체 어디에 신경을 써야 하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보다 그걸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례로 나는 청소년기 내내 록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대의 환호성만 사랑했지, 고된 연습과 배고픈 밴드 생활을 감수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날씬한 몸을 원하면 체육관에서 땀을 흘려야 합니다. 예술 가로 살려면 불안과 가난의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고요.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게 삶을 구성하는 단순한 원리입니다. 하지만 누가 쾌락보다 고통을 먼저 계산하겠습니까?
실제로 우리는 만족감에 젖어 있기보다 고군분투하면서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사는 건 어차피 고군분투입 니다. 원하는 것을 이뤘더라도 고통과 문제는 계속되지요. 문제없는 삶이란 없으니까요. 그래서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 어떤 것이 내게 가치 있는 고통인가?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뇌가 신경 끄도록 자동으로 만든 패턴이 좋은 습관이고 루틴입니다. - 235p ~ 236p 작가 마크 맨슨
마지막으로 결코 신경을 끄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관계입니다. 내 주변의 이웃,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반드시 신경 써야 하죠. 그렇다고 나를 포기하면서까지 타인을 신경 쓰라는 말은 아닙니다. 나와 타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지요. 어렵지만 꼭 신경 써야 하는 것도 타인이고 신경 꺼야 할 것도 타인입니다. - 244p 작가 마크 맨슨
큇(QUIT)이란 무엇입니까?
큇(QUIT)은 어떤 일을 멈추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만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로를 바꾸는 것이기도 하지요.
인내 없음, 조급함, 변덕스러운 충동과는 어떻게 구별되나요?
충동적으로 그만두는 것은 쉽게 흥미를 잃거나 게으른 기질 탓이죠. 큇은 최적의 의사결정 스킬입니다. 그만두는 것으로 얻어진 시간과 노력을 더욱 가치 있는 일에 활용하는 적극적 행위입니다. - 254p ~ 255p 의사결정 전문가 애니 듀크
에베레스트산에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사망자 수가 8배나 많다고요. 그만둘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언제 그만둘지 미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문장이 강렬하더군요. 반환 시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유가 뭐죠?
그만큼 우리는 그만두는 결정을 제때 제대로 못합니다. 특히 반환 시간은 에베레스트산 정상 바로 밑까지 올라갔을 때처럼, 목표 달성이 눈앞에 보일 때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불과 90m 남겨 놓고도, 반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베이스캠프로 하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만두는 것도 옳은 선택이라는 강력한 학습 효과가 없다면, 정상을 향해 계속 가려는 욕망을 포기하기 어려워요.
비전 없는 직장에 계속 머물거나, 서로를 갉아먹는 인간관계, 손해만 보는 사업에 집착하게 되겠죠. 이제 그만하세요. 정상을 찍어도 하산하는 도중에 목숨을 잃습니다.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며 불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이어가겠죠. 혼자 화를 삭이며 이별을 질질 끌겁니다. 자본이 바닥나고 채무만 남게 돼요.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아요. 돌이킬 수 있는 반환 시간을 기억하고, 그 시간에 이르면 그만하세요! - 255p ~ 256p 의사결정 전문가 애니 듀크
마지막으로 인생 경기장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과 포기하는 마음이 어떻게 서로를 일으킬 수 있을지 조언을 부탁합니다. 한국에서는 한창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했거든요.
일단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은 정말 멋있군요. 저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낍니다. 가령 포커 대회에서 결승전에 올랐다고 해보지요. 몇 번 실수하거나 운이 없어서 칩을 많이 잃었다 해도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승부욕, 우승이라는 명예, 상금이라는 포상을 위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되새겼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가치 없는 일에 매달리면서 마음이 꺾이지 않으려 애쓰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요. 성공은 어떤 일을 단순히 계속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 거든요. 가치 있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가치 없는 일은 최대 한 빠르게 그만둬야 해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을테니까요.
- 271p 의사결정 전문가 애니 듀크